오늘은 무쉬탁이 추천해줬던 베트남 음식점 '마마 호아 Mama Hoa'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진짜 베트남 부부가 운영하는 집. 이른 아침이라 영업을 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문이 열려있었다. 우리가 첫 손님. 메뉴는 베트남 음식부터 팬케익, 소시지를 포함한 미국식 아침까지 다양했는데 우리는 쌀국수를 골랐다.
아프리카는 식문화가 발달한 나라가 아니다 보니.. 여행을 시작한 뒤로 먹은 게 대부분 구운 고기, 구운 감자, 튀긴 감자, 구운 닭 등, 맛있는 요리라기보다는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해 익힌 재료를 먹는 느낌(?)이 강했다. 나는 구운 고기나 구운 야채를 좋아하는데도 매일 그것만 먹으니 각종 재료와 양념이 잔뜩 들어간 국이나 밥 같은 게 정말 그리웠다. 여행 다닐 때 컵라면이나 소고기 고추장 챙겨가는 사람들이 처음으로 이해가 되더라는.. 그러던 와중에 쌀국수를 보니 안 시킬 수가 없었다..
아침 일찍이라 일손이 없어서 그런지 음식이 나오는데 상당히 오래 걸렸다. 스파이스 투어 픽업 시간이 9시 30분인데 9시가 훨씬 넘어서야 음식이 나왔다. 허겁지겁 먹는데 뜨끈하니 정말 맛있었다. 한국에서 먹었던 쌀국수나 미국에서 먹었던 것과 다르게 국물이 아주 걸쭉했는데 참 괜찮았다. 베트남에 안 가봐서 원래 국물이 저런 건지, 이 집의 스타일인지는 모르겠다. 양도 많아서 배불리 잘 먹었다. 다만 남편은 자기는 그렇게 맛있지 않다고, 내가 아시안 음식을 너무 그리워해서 잘 먹은 것 같다고 했다.
MAMA HOA
★★★★★ · 음식점 · Mkunazini 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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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카심을 만나 스파이스 투어를 하러 출발. 투어비용인 30달러(2인)는 투어가 끝난 뒤에 지불하기로 했다.
스톤타운에서 스파이스 투어 장소까지는 30~50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스파이스 투어"
향신료의 섬, 잔지바르의 향신료 재배지를 둘러보며
각종 향신료를 직접 맛볼 수 있는 투어
스톤타운에서 스파이스 투어를 하는 장소까지는 40~50분 정도 소요된 것 같다. 시내를 벗어나 나무가 빽빽한 곳을 한참 달렸을까? 카심이 투어 장소에 도착했으니 내리란다. 내리자마자 청년 두 명이 다가와 따라오라고 한다. 별다른 안내 없이 바로 그렇게 투어는 시작됐다. 뜬금없이 어떤 나무 앞에 우리를 세우더니 이 나무가 뭔지 아냐며 설명을 시작하는 청년. 당황도 잠시 나와 남편은 스피드 퀴즈를 푸는 사람들처럼 답을 외쳐댔다. 이렇게 한 명이 퀴즈도 내고 설명도 해주는 사이, 다른 한 명은 뒤쪽에 서서 나무 잎사귀를 엮어 온갖 장신구를 만든다. 가방, 왕관, 팔찌, 목걸이.. 그리곤 하나씩 씌워준다. 왕관을 씌워주고 나서는 꽃반지를 만들어줬는데 내가 받아서 끼려고 하니 주질 않고, 정글 킹이 정글 퀸에서 끼워줘야 한단다. 온몸이 잎사귀로 뒤덮인 우리 모습이 너무 이상해서 사진을 안 찍으려고 했는데 그들의 성화에 못 이겨 남편이 나에게 반지를 끼워주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이렇듯 투어는 상당히 재미있게 진행이 되고 커피, 민트, 바닐라, 계피, 클로브, 카카오, 레몬그라스, 후추 등 다양한 향신료가 재배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또 맛볼 수 있어 좋았다. 투어에서 본 모든 향신료는 한 개씩 챙겨준다. 나뭇잎으로 만든 가방 안에.
잔지바르는 향신료의 섬이라고 불릴 정도로 향신료가 많은데 정작 이곳에 유명한 향신료가 뭐가 있는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랬다. 설명을 들어보니, 작물은 많은데 대량으로 가공할 기술이 없어서 대부분 원재료 그대로 다른 나라에 수출을 하기 때문이란다. 왠지 슬픈..
투어 막바지에는 향수와 비누를 파는 곳에 잠깐 들른다. 앞서 본 재료들을 사용해 천연으로, 직접 만든 상품들. 가족, 친구들 선물용으로 괜찮겠다 싶어서 비누를 몇 개 샀는데 나중에 보니 스톤타운 시내에서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더라. 낚였다. 기념품까지 둘러보고 나면 투어를 진행해준 두 청년의 역할은 끝이다.
입구 쪽으로 돌아오니 카심이 나무 의자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다. 그 주변에 있던 다른 청년들이 우리를 불러 함께 앉히고는 과일을 하나씩 깎아주기 시작한다. (전부 투어에 포함된 사항.) 수박, 바나나, 스타 프룻, 자몽, 패션 후르츠.. 진짜 많이 깎아준다. 더운 지방이라 당도가 상당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달지는 않아서 많이 남겼다. 게다가 온갖 알러지를 달고 사는 남편은 거기서 준 과일의 반 이상이 못 먹는 과일. 결과적으로는 먹은 게 별로 없어 눈치 보지 않고 팁을 주지 않을 수 있었다. 하하.
투어가 끝나고 스톤타운으로 돌아오니 오후 1시. 스톤타운 골목을 누비며 기념품 쇼핑을 시작했다. 좁은 골목길 안에 어찌나 가게가 많은지. 자석, 그림, 골동품, 옷 등 파는 것도 많다. 물론 호객행위도 심한데 안 산다고 의사 표현을 하면 이 쿨한 상인들은 관광객을 억지로 붙잡지 않는다. 워낙 작은 동네이다 보니 며칠 머물다 보면 같은 가게 앞을 지나는 일도 많고, 얼굴이 눈에 익게 되는 상인들도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에게 먼저 인사를 한다. '너네 어제도 여기 지나갔지?', '너네 아까도 여기 지나가던데 길 잃었어?' 하면서. (이 사람들이 우리를 기억할 수밖에 없는 게 스톤타운에는 동양인 관광객이 정말 드물다.)
가격을 흥정하는 게 귀찮아서 정찰제 가게인 '메모리즈 Memories'라는 가게에도 들렀다. 어떤 상품은 밖의 가게들보다 비싸고, 어떤 건 더 저렴하니 많이 둘러보고 잘 비교하고 사야 한다. 천연 비누, 커피가 비교적 저렴하고, 자석 종류는 훨씬 비쌌다. 책, 의류, 고가의 조각상 등 골목의 작은 기념품 가게들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품목도 많아서 구경만 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커피가루는 아루샤의 마트에서 본 게 압도적으로 저렴했지만, 스톤타운에서는 그만한 가격대로 판매하는 곳을 찾지 못했다.
Memories Of Zanzibar
★★★★☆ · 기념품 상점 · Kenyatta 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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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경,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루크만에 갔다. 마사, 스톤타운 카페 등 유명한 식당을 여기저기 돌아다녀봤지만 딱히 당기는 게 없었다.
직원의 추천 없이 우리가 직접 둘러보고 먹고 싶은 걸 시키기로 한 우리. 남편은 샤프론 밥과 새우, 닭구이를 시켰고 나는 동아프리카 전통 음식인 우갈리와 문어구이를 시켰다. 우갈리는 물과 옥수수 가루를 섞어서 끓인 뒤 뭉친 요리인데, 맛이랄 게 없다. 무미, 무취. 비유를 하자면 쌀밥을 아주아주 떡지게 만들어서 그걸 뭉쳐 먹는 느낌. 우리가 흰쌀밥에 반찬을 곁들여 먹듯이 우갈리도 다른 음식들과 곁들여 먹는 게 보통인데, 나는 맛을 떠나서 식감이 정말 싫었다. 결국 한 입 먹고 다 남겨버린 우갈리..
우갈리 빼고 다른 음식은 전부 맛있었다. 특히 샤프론 밥!
숙소로 돌아와 낮잠을 잤는데 눈을 떠보니 밖이 벌써 어둑어둑하다. 배가 고파서 밖에 나가보니 작은 노점상들이 나와있다. 꼬치구이 같은걸 파는데 손님도 꽤 있고, 우리도 한 번 먹어볼까 하다가 위생이 염려되어 포기. 낮에 먹었던 루크만의 샤프론 밥과 T&B BBQ의 치킨을 먹기로 했다. 루크만은 저녁이 되니 손님이 정말 바글바글했고, 낮에는 없던 각종 꼬치구이를 팔길래 소고기 꼬치도 시켜봤다. 이날의 저녁이 탄자니아 여행에서 먹은 식사 중 가장 맛있었다. 스톤타운에 간다면 루크만의 샤프론 밥과 소고기 꼬치, T&B BBQ의 치킨을 잊지 마시라.
Lukmaan Restaurant
★★★★☆ · 음식점 · The Mkunazini Baobab tree, New Mkunazini 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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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 BBQ RESTAURANT
★★★★☆ · 음식점 · New Mkunazini 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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