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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탄자니아 여행 - 발길 닿는 데로, 잔지바르 스톤타운

by a trip to the moon 2020. 9. 23.

택시기사의 이름은 카심. 에어컨 빵빵하게 튼 카심의 벤에 지친 몸을 실어 스톤타운으로 향했다. 수다스러운 카심 덕에 어색하거나 심심할 틈이 없었다. 카심은 우리에게 동네 소개도 해주고, 젊었을 때 한국에 가봤다며 옛날 얘기도 해줬다. 어려서부터 뱃일을 오래 해서 여기저기 안 가본 나라가 없다고 했다. 

 

공항에서 숙소가 있는 스톤타운까지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이다. 늦은 시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우리가 예약한 에어비앤비는 스톤타운의 유명한 식당 '루크만' 바로 맞은편 건물 꼭대기 층. 건물 앞에서 호스트인 무쉬탁이 우리를 맞이해줬다. 늦은 시간에 도착해 저녁은커녕 물을 살 곳조차 없어서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무쉬탁이 자기가 물장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건물 1층에 있는 물을 알아서 가져다 먹고 돈은 나중에 내란다! 이게 웬 횡재, 게다가 마트에서 파는 것보다 쌌다. 

 

우리가 묵을 방은 낡고 허름했지만 상당히 깨끗하게 관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작은 테라스가 있어서 밤공기를 마시며 쉬기 좋아 보였다.

 

 

 

테라스에서 바라본 스톤타운

 

 

 

짐을 내려놓고 너무 배가 고파서 밖에 나왔는데 아직 무쉬탁이 서있다. 우리가 배고플까봐 열려있는 식당을 알려주려고 기다렸다고 한다. 거리의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은 늦은 시간, 무쉬탁의 소개로 치킨집에 가게 되었다. 닭에 자신들의 특제 소스를 발라 눈앞에서 구워주는 곳이었는데, 우리는 레몬맛 두 쪽과 감자튀김을 포장 주문했다. (종류가 더 다양한데 시간이 너무 늦어 남은 게 이것뿐이었다.) 식당이 정말 작고 그릴도 지저분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숙소로 돌아와 맛을 보니 제대로 된 집이었다. 역시 뭐든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 가게 이름은 'T&B BBQ'. 사이드로 매콤한 소스도 서너 종류 주는데 전부 다 맛있다. 

 

 

 

 

 

T&B BBQ RESTAURANT

★★★★☆ · 음식점 · New Mkunazini Rd

www.google.co.kr

 

 


 

 

잔지바르에서 처음 맞이하는 아침. 오늘은 특별한 계획 없이 발길 닿는 데로 동네를 구경하고, 낮잠도 자고, 온전히 우리 마음대로 보내기로 했다. 

 

 

 

모두 에어비앤비 테라스에서 찍은 사진이다

 

 

 

느지막이 일어나 여유 좀 부리려고 했는데 아침잠이 없는 남편 덕에 8시에 기상하고 말았다. 아침은 집 앞에 있는 '루크만'에서 해결. 첫 방문이라 뭐가 뭔지 잘 몰라서 대충 직원에게 추천받은 대로 시켰는데 나쁘진 않았다. 

 

(나중에 재방문을 하고나서야 안거지만 루크만은 저녁에 가야 맛있는 게 많다! 추천 메뉴는 재방문기를 적을 다음 편에..)

 

 

 

 

 

Lukmaan Restaurant

★★★★☆ · 음식점 · The Mkunazini Baobab tree, New Mkunazini Rd

www.google.co.kr

 

 

밥을 먹고 나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무쉬탁을 마주쳤다. 어젯밤 샤워헤드 수압이 너무 약하다고 연락을 했었는데 방금 고치고 나오는 길이란다. 우리는 무쉬탁을 만난 김에 유심을 살 수 있는 곳을 물어봤다. 여태까지는 사파리 투어만 했기 때문에 길을 찾거나 현지인과 따로 연락할 필요가 없어서 숙소 와이파이만 썼었는데, 이제부터는 자유여행을 해야 하다 보니 데이터가 필요했기 때문. 무쉬탁은 우리를 길거리 노점상에 데리고 가 유심 구매를 도와줬다. 점원이 개통까지 10~20분이 걸린다고 하자 무쉬탁이 노점상 바로 옆에 있는 사탕수수 음료수 가게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앉아서 기다리라며 사탕수수 주스를 두 잔 사줬는데 진짜 맛있었다. 오래된 기계로 눈앞에서 사탕수수를 짓이겨 즙을 내주는데 정말 정말 달다

 

 

 

 

 

 

개통을 마친 유심을 꽂은 뒤, 길을 잃을 걱정이 없어진 우리는 스톤타운을 걸어서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스톤타운에 위치한 성 요셉 카톨릭 성당 (St.Joseph's Catholic Cathedral). 잔지바르는 포르투갈, 영국, 오만, 페르시아 등 다양한 국가의 지배를 받았던 곳이자 동아프리카 무역의 중심지로 여러 문화와 종교가 공존하는 곳이다. 

 

 

 

프레디 머큐리 하우스 (후보)

 

 

프레디 머큐리 생가. 이곳이 진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잔지바르에 프레디 머큐리 생가라고 주장하는 장소만 세 곳이 있다고 들었다.

 

 

 

 

 

 

지나다니면서 잔지바르 전통 문도 많이 볼 수 있다. 나무로 만든 문에 세밀한 장식을 한 게 특징이다.

 

 

수많은 유럽과 아랍의 탐험가, 정복자들이 거쳐간 동아프리카 무역의 중심지, 스톤타운

오랜 역사가 흐르고 다양한 문화가 살아있는 곳

 


 

 

 

 

 

해변가에 가니 호객꾼들이 들러붙는다. 잔지바르에서 할 수 있는 액티비티가 많고, 또 실제로 그걸 하러 오는 관광객이 많기 때문에 호객 행위가 장난이 아니다. 우리는 카심이나 무쉬탁에게 여행사 소개를 부탁할 요량으로 호객꾼들의 접근을 단호하게 막아냈다.

 

힘겹게 호객꾼들을 떼어내고 목을 축이기 위해 근처 카페에 들렀다. 탄자니아에 가면 환타 패션 후르츠 맛을 꼭 먹어봐야 한다. 아주 맛있다.

 

 

 

 

 


 

해변을 따라 걷다보면 눈에 띄는 건축물들이 보인다.

 

 

 

올드 포트 (Old Fort)
경이의 집(Beit Al Ajaib)

 

이번에는 잔지바르에서 유명하다는 '커피 하우스'에 들렀다. 이곳 바리스타가 큰 대회에서 상을 수상해 커피 맛이 아주 좋다고 하는데, 나는 평소에 커피를 잘 마시지 않아서 그건 관심이 없었고.. 뷰는 장난 아니다. 옥상에 올라가면 스톤타운을 비롯해 잔지바르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스톤타운의 건물들이 너무 아기자기해서, 탁 트인 하늘이 무척 시원해서 좋았다.

 

 

 

 

 

Zanzibar Coffee House

★★★★★ · 숙박업소(B&B) · 1563, 64 Mkunazini 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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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많이 하며 시간을 잘 때운 것 같은데 이제야 점심시간. 점심은 에어비앤비 근처로 돌아가 인도 음식점 '마 샤 알라 카페'에서 먹었다. 맛은 평범하다. 구글 리뷰 평점이 꽤 높은데 와이파이가 있어서 좋다고 하는 후기가 많다. 와이파이로 톡톡히 누리는 마케팅 효과.

 

 

 

 

 

Ma Shaa Allah Cafe

★★★★☆ · 음식점 · 4151 Mkunazini 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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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뭘 할까 하다가 바다에 가서 수영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바닷가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숙소행. 날씨가 심하게 덥고 햇빛이 강해서 모래사장에 발을 내디뎠는데 불 위를 걷는 줄 알았다. 이건 안 되겠다 싶어서 일단 숙소로 복귀했다. 숙소에 누워 검색을 해보니 해변가를 따라 수영장이 있는 호텔이 꽤 많아서 호텔 수영장에 가기로 한 우리. 잔지바르 세레나 호텔에 가서 인당 50달러를 내고 수영장 이용권을 구입. 저녁을 먹기 전까지 이곳에서 수영도 하고, 칵테일도 마시고.. 뽕을 뽑았다.

 

 

 

 

잔지바르 세레나 호텔

★★★★☆ · 호텔 · Shangani 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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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로 돌아와 몸을 씻고 올드 포트로 향했다. 낮에는 바깥에서만 보고 지나쳤는데 안을 들어가볼 수 있다기에 가보기로 했다. 안쪽에는 기념품 가게가 몇 군데 있고, 원형 극장에서는 앳된 청년들이 비보잉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올드 포트 구경을 마치고 곧장 잔지바르 야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야시장이 있는 항구에서는 맨몸으로 다이빙을 하는 현지 소년들이 가득한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들 겁도 없이 잘 뛰더라.

 

𖤐

 

 

야시장에 먹거리가 많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상점이 많지 않고 파는 음식이 다 비슷비슷하다. 게다가 음식 위에 파리가 앉아있는 게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니 위생에 민감하다면 이곳에서 뭘 먹을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나와 남편은 잔지바르 피자를 시켰는데 한 입 먹자마자 둘이 동시에 같은 말을 했다. '빈대떡'. 며칠 만에 먹는 그리운 고향의 맛이었다. 야무지게 한 판을 끝내고.. 너무나 많은 파리에 놀란 우리는 이곳에선 더 못 먹겠다 싶어서 전날 저녁에 들렀던 치킨집 T&B BBQ에 다시 갔다. 치킨 두 쪽을 포장해와 숙소에서 배를 채웠다.

 

 

 

 

 

 

내일은 아침 일찍 스파이스 투어를 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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