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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탄자니아 여행 - 세렝게티의 아침

by a trip to the moon 2020. 9. 13.

상쾌한 아침. 넓은 침대에서 기분 좋게 눈을 떴다. 옆을 보니 남편은 이미 한참 전에 깼는지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대니스와 약속한 시간에 만나기 위해서 서둘러 짐을 정리하고 아침을 먹으러 식당에 갔다. 아침에 보니 인테리어가 훨씬 잘 보여서 그런지 더 예뻐 보였다. 아침 식사는 아메리칸 브렉퍼스트로 빵, 팬케익, 소시지 등이 다양하게 제공되었는데 과일이 정말 맛있었다. 패션 후르츠도 맛있었고, 방울토마토처럼 생긴 처음 먹어 보는 과일이 나왔는데 마성의 과일이었다. 정말 너무 달고 맛있어서 직원에게 과일 이름을 물었더니 '트리 토마토'라고 한다. 너무 맛있다고, 여행 중에 파는 곳이 보이면 사 먹어야겠다고 얘기를 하니 여기서도 흔한 과일은 아니고 고급 롯지라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 안타까워라. 다시 먹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에 사진도 찍어두고 몇 번 더 담으러 갔다. 다른 투숙객들도 이게 맛있었는지 트리 토마토 접시는 채워지는 족족 동이 났다. (나중에 찾아보니 어이없게도 미국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타마릴로'가 바로 이 트리 토마토였다... 롯지에서는 이 타마릴로를 설탕에 절여줘서 우리가 더 맛있다고 느꼈던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직원이 저쪽에 가서 점심을 만들라고 안내해준다. 이곳은 다른 롯지와 다르게 오늘 먹을 점심을 직접 싸주지 않고 투숙객이 재료를 고르도록 한다. 식당 옆 쪽에 가니 다양한 재료와 빵이 준비되어 있었고 원하는 것을 얘기하자 그 자리에 있던 직원이 샌드위치를 만들어주었다. 서브웨이 같은 느낌이랄까? 샌드위치 외에도 곁들여 먹을 샐러드, 과일, 요거트 등이 있어 먹고 싶은 걸 챙겼다.

 

든든한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고 롯지를 떠났다. 오늘 일정은 오전에 세렝게티 국립공원에서 게임 드라이브를 한 뒤 점심 식사 후 응고롱고로 국립공원 근처에 있는 숙소로 이동하는 것이다. 

 

 

 

 

 

 

오늘 처음 만난 동물은 풀을 뜯어먹고 있는 임팔라. 임팔라와 가젤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옆구리에 있는 줄무늬를 보는 것이다. 진한 고동색 줄무늬가 선명하게 보이면 가젤, 줄무늬 없이 등과 배의 색이 엷고 희미하게 이어져 있으면 임팔라.

 

 

 

 

 

 

길을 건너는 버팔로 세 마리를 만나 잠시 차를 멈췄다.

 

 

 

 

 

 

세 시간 정도 게임 드라이브를 한 뒤 공원 출입구를 향해 출발했다. 도중에 이렇게 길 한복판에서 쉬고 있는 사자 무리를 봤다. 그늘이 필요했는지 자동차 아래쪽에 드러누워 있는 암사자가 귀여웠다. 낮잠 자는 숫사자하이에나도 근처에 있었다.

 

 

 

 

 

 

이밖에도 하마, 기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것들까지 많은 동물을 봤다. 아주 알찼던 게임 드라이브.

 

 

 

 

 

 

특히 새끼 기린이 너무 귀여워서 난리를 부렸다. 역시 아기들은 귀여워. 

 

 

 

 

 

 

그래도 오늘 무엇보다 장관이었던 것은 얼룩말 무리.

 

 

 

 

 


 

점심 식사는 어제와 같은 장소에서 했다. 이 날은 자리가 모자라서 호주에서 온 커플과 합석을 하게 되었는데 우리가 가져온 점심을 보더니 어느 여행사로 온 것이냐고 묻는다. 여행사 이름을 알려주면서 왜 궁금하냐고 했더니, 우리가 먹는 점심이 자신들이 먹는 것보다 좋아 보여서 그렇단다. 그 커플 역시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는데 빵에 치즈, 햄, 양상추 정도만 넣은 아주 간소한 샌드위치였다. 게다가 자신들은 투어 내내 매일 똑같은 샌드위치를 점심으로 먹고 있는데 너무 질린다면서 따뜻한 요리(hot meal)를 제공하는 여행사를 선택할 걸 그랬다고 말했다. 나는 솔직히 여행사를 예약할 때 따뜻한 음식을 점심으로 제공하는 게 특전인양 강조하는 게 이해가 안 됐었다. 실제로 며칠 먹어보니 따뜻하기만 할 뿐 맛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차라리 깔끔한 샌드위치를 줬으면 나았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다. 그런데 그 커플의 얘기를 들어보니 4일 내내 차가운 샌드위치만 먹는 것도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남편은 자신이 4일 동안 저 샌드위치만 먹었으면 배고파서 못 살았을 거란다. 따순 밥을 꼭 먹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핫 밀'을 제공하는 여행사를 이용하길 추천한다.

 

 

 

점심 내내 우리 옆을 지키던 도마뱀

 

 

 

세렝게티 국립공원을 빠져나와 응고롱고로까지 네 시간 가량을 달렸다. 원래는 세 시간 정도면 가는 길이라는데 갑자기 내린 폭우 때문에 한참을 지체했다. (위의 사진과 아래 있는 사진 모두 같은 날 찍은 것이다. 스펙터클한 탄자니아의 날씨.) 빗물 때문에 한 치 앞도 보기 어려운 창밖을 바라보며 나는 '여기서 죽을 수도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장대비 속에 포장도 안된 흙길을 굽이굽이 달려 도착한 우리의 숙소. 응고롱고로 국립공원 출입구와 생각보다 멀리 떨어져 있어 대니스에게 조금 미안했다. 이 험한 길을 내일 아침에 다시 또 달려야 한다니.

 

 


 

 

응고롱고로 토틸리스 캠프 Ngorongoro Tortillis Camp

초록 빛깔로 가득한 숲 속에 위치한 이동형 캠프. 거대한 글램핑장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롯지이다. 사파리 투어를 하며 묵었던 숙소 중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곳. 텐트 내부가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고 주위가 온통 풀숲이라 신비로운 느낌이 난다. 우리가 방문했던 시기가 비수기에서 성수기로 넘어가는 비시즌이어서 투숙객도 우리 외엔 한 팀 밖에 없었다. 직원들도 엄청 친근하고 살갑다. 밤에는 쏟아질 것 같은 별을 볼 수 있다고 해서 더 기대했었는데 아쉽게도 우리가 간 날은 폭우로 인해 하늘이 보이지 않았다.

 

 

응고롱고로 토틸리스 캠프 Ngorongoro Tortilis Camp

 

 

우리가 묵을 텐트에 짐만 내려놓고 커뮤니티룸에서 남편과 체스를 두었다. 난 체스는 처음 해본건데 한 판 이겼다. 하하. 

 

주변 구경을 하고 방에 가서 샤워를 했다. 이 롯지는 건물이 아니라 텐트이다 보니 전기나 물 등 에너지를 아껴 쓰는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 체크인할 때 우리에게 샤워할 수 있는 물이 80L로 제한되어 있다고 주의를 줬는데, 평상시에 내가 샤워할 때 쓰는 물의 양이 얼마인지도 모르는데 이거야 원. 그냥 할 수 있는 한 가장 빠르게 샤워를 했다. 

 

주변도 구경하고 방에 가서 조금 쉬다가 7시 정도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우리 부부가 앉을 테이블 하나와 다른 투숙객 부부가 앉을 테이블 하나가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가 모두 자리에 앉자 식당 매니저가 나와 주문을 받는다. 저녁은 단일 코스 요리가 제공되었고 우리는 사파리에서의 마지막 밤을 기념하기 위해 와인을 한 병 시켰다. 본격적으로 요리가 나오기 전 매니저가 다시 식당에 들어와 여성 투숙객들에게 마사이 전통 의상을 입혀줬다. 빨간색 체크무늬의 직물을 숄처럼 몸에 둘러줬는데 따뜻해서 좋았다. 하하.

 

 

 

 

 

 

메인 음식은 스테이크. 오랜만에 제대로 된 고기를 먹으니 맛있었다. 이 롯지가 좋았던 점 또 한 가지는 가이드와 한 공간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는 곳이다. 앞서 묵었던 곳들에서는 가이드들이 식사하는 장소가 따로 있었다. 대니스한테 이렇게 같이 먹으니까 훨씬 좋다고 말하니까 이런 곳은 굉장히 드물다고 한다.

 

잔을 기울이며 셋이 그동안의 감상을 나누었다. 나는 대니스에게 우리같이 처음 온 관광객을 보면 웃기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와 남편은 첫날 임팔라 한 마리를 발견하고는 온갖 호들갑을 떨고, 한참 동안 차를 세워놓고 사진에 동영상까지 찍었다. 그런데 고작 3일째인 오늘 대니스가 '저기 얼룩말이 있는데 보러 갈래?'라고 하면 너무 많이 봐서 괜찮다고 그냥 지나가자고 쿨하게 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니스는 처음 온 관광객들 다들 그런다고, 첫날 한 두 마리 보고 난리 치는 게 웃긴 건 사실이지만 그 순간에는 티를 안 내려고 노력한단다. 

 

식사 후 방에 들어와 양치를 하고 꿀잠에 들었다. 여기서 잠깐! 탄자니아 여행 중 양치를 할 때는 수돗물이 아닌 페트병에 든 생수를 이용하는 게 좋다고 한다. 롯지 직원들은 수돗물이 깨끗하지 않아서라고 하는데 검색해봐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아무튼 내일은 드디어 사파리 투어의 마지막 날, 응고롱고로 분화구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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